일본을 구성하는 4대 섬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섬, 규슈. 이곳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보 여행길, ‘제주 올레’와 꼭 닮은 ‘규슈 올레’가 있다. 우리의 제주 올레로부터 자문을 받아 만들어진 규슈 올레는 지금까지 19코스가 조성됐고 총 거리는 228.3km에 이른다.

이번 주 ‘영상앨범 산’에서는 규슈 올레 중에서도 사가 현에 자리하고 있는 아름다운 코스들을 만나본다. 외과 의사 권성준 씨와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장 홍미애 씨가 여정에 동행했다.

규슈 올레 중 3개의 코스가 사가 현에 속해 있고, 이를 묶어 ‘사가 올레’라고도 부르는데. 사가 올레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길은 가라쓰 코스다.

예부터 바닷길을 이용해 사람과 물자, 문화 교류가 활발했던 항구도시 가라쓰는 1994년부터 제주도 서귀포시와 교류해 온 자매도시이기도 하다. 한국과의 직선거리가 약 200km로, 일본의 도시들 중에서 가장 가까운 가라쓰. 그래선지 왠지 낯설지 않은 풍경으로 제주 올레와 가장 비슷한 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 : KBS

가까운 거리만큼이나 가라쓰에서는 한국과 관련된 역사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과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의 전초기지로 사용하기 위해 축성했던 나고야 성. 지금은 성이 허물어진 자리에 너른 공터와 박물관이 남아 한국을 바라보는 조망터가 되고 있다.

또, 히젠나고야 성터 옆으로 난 숲길은 수백 년 전 조선 통신사가 오갔다는 기록이 전해지기도 한다. 가라쓰 코스는 사가 올레에 자리한 세 개의 코스 중 가장 난도가 낮다. 편안하게 걷다 보면 닿는 신비로운 해변 하도마사키에서 명물 소라구이를 맛보는 것으로 아기자기했던 여정을 갈무리한다.

이튿날. 우레시노 코스로 걸음을 이어간다. 우레시노는 작은 온천 마을로, 온천, 도자기, 녹차 등 지역 특산품이 많은 고장이다. 언덕과 산길을 오르내려야 하는 우레시노 코스는, 먼저 걸었던 가라쓰 코스에 비하면 꽤 난도가 있는 길이다.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빛나는 녹차 밭이 가지런하게 펼쳐져 있고 그 사이사이 이어지는 오솔길과 비탈길은, 걷는 재미를 더해준다.

산등성이를 내려서 마을길로 접어들면 시원한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쏟아지는 물이 천둥처럼 울린다고 해서 ‘굉음 폭포’라고 이름 지어진 도도로키노타키 폭포는 우레시노 코스의 끝 무렵에서 만나는 명소다.

상쾌한 물소리를 따라 마을 중심부로 들어간 일행을 맞이하는 건 따스한 온천수가 흐르는 족욕탕. 온종일 수고한 발을 담그고 있으면 피로는 스르륵 풀어지고 마음까지 따뜻해져 온다. 이번 주 ‘영상앨범 산’에서는 천천히 걷고 싶고, 오래도록 머물고 싶어지는 바다 건너 또 하나의 올레, 규슈 올레를 만난다. 28일 오전 7시 10분 KBS 2TV 방송.

◆ 이동 코스

가라쓰 코스: 히젠나고야 성터 - 400년 역사의 길 - 하도미사키

우레시노 코스: 니시요시다 다원 - 니시요시다 곤겡불상과 13보살상 - 도도로키노타키 폭포 - 시볼트의 족욕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