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무 / 음악평론가] 어제 밤 (미국 시각 15일)  ABC TV의 Jimmy Kimmel Live에서는 방탄소년단의 미니 라이브를 보기 위해 장사진을 이룬 미국 소녀들과 그녀들의 어머니 두명을 조명했다.

그리고 이제 19일 (미국 시각) 저녁에는 BTS가  '2017 어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출연하여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2012년 AMA에서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선보인 이래로 "설마 이런 급의 무대에 케이팝 가수가 다시 등장할 수 있을까?" 싶었던 상상이 현실이 된 것이다.

사진제공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이 세계 시장 특히 미국에서 성공의 문턱에 진입하기까지 수많은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 유럽, 남미에서 활약했지만, 월드스타라는 수식어의 마지막 필수 조건은 결국 미국 시장이다.

오래 전인 1970년대 중반까지 아바는 전세계 대중음악 시장을 지배했지만, 정작 미국 시장에서의 성적이 신통치 않아 월드 스타라 하기에는 2% 부족한 팝그룹이었다. 결국 '댄싱퀸'으로 유일한 어메리칸 넘버원을 기록하면서 가까스로 월드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LA 교포 청년들인 '파 이스트 무브먼트'가 미국 시장이라는 풀코스 디너에서 아뮤즈 부쉬를, 그리고 싸이가 샐러드 코스를 지나갔다면, 방탄소년단은 이제 메인 코스를 시식하려는 단계라고나 할까...  빌보드 싱글 순위 67위를 기록했던 방탄소년단의 'DNA'는 성적 면에서 '파 이스트 무브먼트'의 'Like A G6'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비교 대상 조차도 되지 않지만, 케이팝의 원조인 한국 및 아시아 시장이 뒷받침하지 않는 '파 이스트 무브먼트'나 '원히트원더'였던 싸이와 달리 BTS는 아시아를 기반으로 미국 내에서 실속있게 팬덤을 형성해 나가기 때문에 사실 그 파급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2천년대 초반 샤키라의 행로와 매우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당시 샤키라는 콜럼비아에서 시작하여 남미와 스페인을 휩쓸면서 스패니쉬 언어권에서는 10년에 한번 나올 스타로 자리매김을 했다. 그 여세를 몰아 'Underneath Your Clothes'로 첫 빌보드 탑텐을 기록한 뒤에, 영어 가사 창작에 조금 더 심혈을 기울인 끝에 'Hips Don't Lie'로 마침내 미국 시장을 제압하고 월드 스타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

BTS의 다음 행로 아니 미국 시장에서의 다음 곡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사실 'DNA'는 팝뮤직이라는 개념으로 들었을 때 수준 이하의 평범한 곡이다. 소셜 미디어의 파워로 BTS가 미국 업계에서 주목받는 것일 뿐이기도 하다. 하지만 히스패닉이 15%, 아시안이 6%를 차지하는 미국 내에서의 인종 분포 구도에서 볼 때, 방탄소년단은 아시안 팝 쿼터를 접수하기에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볼 수 있다. 때마침 미국 음악계도 아시안 팝스타가 너무나도 간절하게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적어도 당분간은 케이팝 아티스트들 중에서는 적수가 없어 보인다. 히어로는 시대와 실력이 교차하는 찰나의 순간에 탄생하게 되어있다.

( ** 라이브엔은 2017년 3월 부터 MBC 방송작가, 싸이더스 iHQ 영화제작 본부장을 거쳐 현재는 음악 평론가 겸 기자로 활동 중인 이상무 씨의 케이팝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