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 Wladyslaw Szpilman (블라디슬라프 스필만)
영화 '피아니스트' 오리지널 레코딩         피아노 : 블라디슬라프 스필만

블라디슬라프 스필만.  이 폴란드의 다소 낯선 피아니스트를 세간에 주목을 받게 만든 것은 바로 로만 폴란스키의 영화 '피아니스트' 였다.

영화내내 흐르는 애절한 쇼팽의 곡들은 이 영화를 보았던 많은 이들에게 BGM이 아닌 하나의 커다란 양적 에너지의 양분으로 공감하기에 충분하였고, 그렇기에 이 스필만의 실제 녹음은 더더욱 각별함을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스필만의 진솔한 회한을 담은 이 녹음들은 영화라는 메체의 시너지에 힘을 입어 건반 터치 하나 하나에서 그 효과들을 볼 수 있다.

특히 그가 사랑했으며 그의 목숨을 구해준 쇼팽의 녹턴 C#은 삶과 죽음의 실타래 안에서 비춰오는 작은 해바라기 같은 삶의 의지를 지녔기에 어떤 연주보다도 진솔하고 담백한 연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늘의 끝 아우슈비츠에서, 냉혹한 바르샤바에서도 이 쇼팽만은 유유하게 흘렀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2차 대전 내내 흘렀을지도 모른다. 이는 그에게 있어 음악은 도구가 아닌 삶의 반영이자 이상이었기에 아마 계속 되돌이 되고 있었을 것이다. 

음질 면에서 다소 열악한 면도 있지만 이는 중요치 않다. 음질에서만 얻을 수 없는 강렬한 무엇인가가 담겨 있기 때문인데 그것은 그의 삶 자체가 음악으로 회고되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일 것이다.

앨범에 수록된 쇼팽의 곡들 외에 바흐의 '샤콘느'가 귓가에 자주 감도는 것은 이런 뜻과 잘 부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아름답거나 멋진 연주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음미해보는 것이다. 잡음이 가득하며 다소 투박한 울림 뒤로 흐르는 스필만의 삶의 회고를 엿보며 감동하는 것은 과연 필자 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 음반 콜렉터 박후성 -

(다방면의 문화컬렉터로 각종 잡지 및 매체에 음반관련 글들을 싣고 있으며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며 활동을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