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개봉 예정인 일본 애니메이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보고난 첫 느낌은 교토 버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흥행성과 실험성을 적절하게 블렌딩하는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 혹은 런던 '웨스트 엔드'의 뮤지컬을 재패니메이션으로 감상한 느낌.

홍보 문구에는 독특한 작화 스타일과 B급 정서를 담고 있다는 의미로 '망상적 판타지 멜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선수(?)라면 솔직히 그다지 독특하다고 느끼지는 못한다. 영화나 애니 혹은 연극에서 이미 끝도 없이 많은 실험들을 거치면서 '포스트 모던'이라는 표현도 구태의연하게 생각되는 지금 현 시점에서는, '어떻게 나만의 방식으로 조합하느냐'가 관건이며, 그런 점에서는 더도 덜도 아닌 이쁜 일본식 판타지 블렌딩이다.

그럼 과연 "볼 만한가? 혹은 재밌는가?".....나의 대답은 '짬짜면'처럼 '반반'이다.

상업적이던 예술적이던 실험적이던, 잘만든 작품은 극장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순간, 관객은 다 잊어버리고 빠져 들게된다. 나처럼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나서 리뷰를 해야하는 선수들 조차도, 완성도 높은 작품 앞에서는 그냥 스크린 속으로 무아지경 몰입이 된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시각적으로는 현란한 실험성과 나름 독특한 상상력을 잘 발휘했지만, 근본적으로 원작 소설가인 모리미 도미히코 자체가 재치는 있지만 깊이감은 아직 부족했던 시기의 작품이기 때문에, 없는 깊이를 몇마디 대사나 지식으로 메워 보려한 시도는 상당히 감상하기에 거슬렸다. 연출도 전체적으로 호흡과 템포에서 이음새가 조금 부자연스럽다.

'너의 이름은'처럼 정말 잘만든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쉽고 단순하게 흘러가면서도 가볍고 시원한 맥주의 거품이 아닌  풍미와 깊이가 느껴지는 고급 샴페인의 거품처럼 다가온다. ( '밤은 짧아 ...'의 여주인공이 애주가로 나오기 때문에 술과 비교해 봤다. ^^ )

잡썰이 길어졌는데, 결론적으로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극장에 가서까지 보라고는 권하지 못하겠고, 비디오로는 패스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너의 이름은'의 여주인공 보이스를 담당했던 성우 '하나자와 카나'가 여기서도 같은 이미지에 같은 보이스로 등장하기 때문에, 동일  캐릭터가 갑자기 컬트 애니 속으로 배경 전환한 듯한 묘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