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또는 흡혈귀라는 소재가 한때 붐이었던 적이 있다. 단순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떠나 영화 또한 상당한 장르가 된 것처럼 만들어졌던 시기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어둡고 뭔가 오컬트적인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굉장히 반가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자타공인 명작이라 할 수 있는 '뱀파이어 헌터-D'를 필두로 '흡혈귀 미유'와 '라스트 블러드 사야' 등에 이미 흠뻑 빠져있던 나에게 새롭고 신선한 작품이 나왔는데 그것은 바로 이 '헬싱'이었다. 반 헬싱은 흡혈귀 사냥꾼과의 대결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플롯의 타이틀이었지만 이 작품의 미장센은 전혀 다른 형태의 파격적이고 독특한 칼라의 느낌으로 한번에 푹 빠져버렸다.

뱀파이어 '알카드'와의 계약이라는 독특한 고리로 이어진 '인테그라' 중심으로 폭력적이고 화끈한 진행을 이어나간다. 세련되고 환상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거침없고 선이 살아 있는 무대가 지속적으로 연출된다. TV 버전과 OVA 버전 둘다 훌륭하기 그지 없었으며 당연히 음반 구매까지 이어지는 루트는 신속히 진행되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도 거의 외우고 있는 인트로 챕터, 체다스 지방에 부임한 산체스 신부로 시작하는 그 고전적인 느낌과 빠르고 감각적으로 진행되는 아카드의 연출은 스타일리쉬 게임을 표방한 데빌메이 크라이와의 어느 부분과도 다소 비슷하게 느껴져서 였는지는 몰라도 생생하게 어제 본 것처럼 기억이 날 만큼 충격적이었다.

우선 오프닝부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다소 느리며 펑키한 피아노 반주로 깔리는 몽환적인 이미지들과 영국 어딘가의 무겁고 굵은 선의 이미지들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력으로 구속이 되어 있어 계약자가 봉인을 해제하기 전까지 진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아카드'라는 설정 또한 오컬트 적이며 신비한 매력이 넘쳐나는 장치가 아닐 수 없었고, 교황청으로 시작하여 후반에는 신 나찌로 이어지는 다소 큰 스케일의 중압감이 항상 오프닝의 테마곡인 'COOL' 처럼 아카드의 신선한 등장으로 모든것이 말끔하게 마무리되는 독특한 분위기를 지녔다.

당시 TV 버전을 불법 복제한 애니메이션 CD라는 것을 이용해서 돌려보다가 DVD를 구매했었다. 정말 짧게 느껴질만큼 재미있게 봐왔던 시리즈물. 엔딩 테마곡은 MR Big의 '샤인'이었는데 오프닝곡과 쭉 맞물려 정말 한줄기 밝은 빛으로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OST는 전반적으로 뛰어난 음질과 곡 구성을 보여주며 이런 짙은 칼라의 새로운 오브제를 손에 하나 넣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장 가치가 있다.

- 음반 콜렉터 박후성 -
 
 (다방면의 문화컬렉터로 각종 잡지 및 매체에 음반관련 글들을 싣고 있으며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며 활동을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