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사용하던 CJ 헬로비젼의 케이블 방송을 지난 주에 해지했다.

(C)NHK

무슨 갈아타는 보너스를 바라고 그런 것이 아니고, '우타다 히카루'의 컴백 스페셜을 라이브로 보려면 'NHK 월드 프리미엄 채널'이 유일하게 포함된 SK 브로드밴드의 IPTV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우타다 히카루'를 그렇게나 좋아하냐고? 글쎄...그건 또 아니다. 

1998년 그러니까 꼭 20년 전에 도쿄에 출장을 갈 일이 있었다. 당시 일본 대중문화 중에서 나의 주관심은 비디오 게임이었고, 닌텐도의 게임 큐브로 리메이크 탄생한 '바이오하자드'를 새벽부터 줄을 서서 구입했다. (선착 보너스 특전을 받으려고.....^.^)

그런데 도쿄에 머무는 일주일 간, 어디를 가나 사방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가 있었다. 바로 우타다 히카루의 데뷔 곡인 'Automatic'.

촌스럽게 생겼고, 가창력도 별로인데, 듣기 싫어도 들을 수 밖에 없을만큼 'Automatic'이 일본의 TV와 라디오는 물론 거리, 백화점, 카페, 서점, 그 어디를 가도 온종일 흘러 나왔다.

(C)NHK

이후 슈퍼 스타가 된 우타다 히카루는 MTV Japan의 Unplugged에도 등장을 했는데, 앵앵거리는 피치 보이스에 워낙 가창력이 떨어져서 "도대체 이런 애가 슈퍼 스타가 되다니...참 일본도 어지간히 인재가 없구나.."라고 생각하며 비싸게 구입한 일본 DVD가 후회될 즈음에, Unplugged의 세트 리스트 마지막 곡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U2의 'With Or Without You'.

그렇다. 나의 노래방 18번 송인 'With Or Without You'를 우타다가 좋아하고 스페셜 쇼의 엔딩곡으로 선택했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나는 우타다 히카루가 좋아졌다. 아주 많이.

(C)NHK

그리고 20년후, 데뷔 앨범 'First Love'와 싱크로하듯이 신작 '하츠코이 (初恋)'를 우타다가 NHK의 컴백 스페셜에서 라이브로 노래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창력이 썰렁하기는 마찬가지 이지만, 20년의 세월만큼 성숙해진 감정이입과 여전히 기름기없이 드라이하면서도 쿨한 분위기는 그 옛날의 우타다와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나는 당연히 20년전으로 타임 캡슐을 타고 가서 당시의 도쿄가 파노라마치고 있었고.

음악이란 이렇게 각자의 인생의 사운드트랙으로 작동할 때, 엄청난 감동을 선사한다. 나에게 도쿄는 항상 'Automatic'이 BGM으로 깔리는 장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