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는 또 다른 일본이다. 일본열도의 최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는 150년 전까지 거의 원시 자연의 상태였다. 오늘날에도 좀 외진 곳에는 개척되지 않은 곳이 있다. 도시와 시골이 함께 새로운 분위기에 싸여 있다. 여름철 습기도 적은 곳으로 여름에 여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오래된 전통은 없는 곳이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 늘 신선한 홋카이도를 만날 수 있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눈 축제로 유명한 도시 삿포로

일본에서 5번째로 크며 홋카이도에서 가장 큰 도시인 삿포로에 도착하자마자 일본의 다른 지역 대도시의 좁고 굽어 있는 도로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이곳의 넓고 쭉 뻗은 길에 우선 놀라게 된다. 오래된 다른 도시와는 달리 1879년대 후반 미국의 조언 아래 조성된 삿포로는 편리한 도시다. 처음 방문한 사람도 길을 잃어 난처해지는 경우는 없다. 

"오도리 공원"은 잔디로 덮이고 꽃으로 단장되어 있으며 분수로 장식된 산책로이면서 도시를 북부와 남부로 나누기도 한다. 삿포로 역에서 남쪽으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공원은 이 시에 있는 많은 화려한 공원과 정원 중의 하나다. 

시의 남단에 위치한 “나카지마 공원”과 큰 대자로 뻗어있는 “마코마나이 공원” 역시 볼만한 곳이다. 이들은 더 유명한 일본의 정원에는 미치지 못 할지 모르지만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며 담이나 잔디에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판도 없으며, 길게 줄지은 관광객을 안내하면서 메가폰으로 똑같은 내용의 긴 설명을 반복하는 가이드에게 방해 받을 일도 없다.

또한 자전거를 빌려 천천히 시의 한가운데를 굽어 흘러가는 도요히라 강을 따라 가까운 교외로 나가면 그 강의 양편에 나 있는 사이클링 코스는 도시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해 줄 것이다. 홋카이도의 여름은 남쪽 지역보다 현저히 기온이 낮고 습도도 낮다. 따라서 몇 시간이고 지치지 않고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삿포로의 밤의 활동은 2만5천명이나 되는 사람을 고용하고 있는 수많은 레스토랑과, 수많은 인파로 곧 터져버릴 것만 같은 스스키노라고 하는 작은 다운타운의 이색문화 지역에 집중된다.

향수와 아늑함을 느끼게 해 주는 오타루 

삿포로를 떠나 더 큰 도시의 그림자에 가려 자칫하면 잊기 쉬운 오타루에 들르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거리상으로는 가깝지만 분위기는 매우 다른 곳이다. 오타루는 홋카이도에서 몇 안 되는 역사적인 도시 중의 하나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역사"는 더 전통적인 일본의 중심지에서 사용되는 의미와는 꽤 다르다. 오타루에 있어서 건축학적으로 독특한 수백 년 된 은행의 건물과 석재로 된 저장소는 교토에 있어서의 수천 년 된 신사와 같은 의미다. 

금세기 초, 홋카이도의 초기 경제의 최전선에 선 것은 삿포로가 아니라 오타루였으며, 그 항구는 유럽 및 러시아와의 곡물교역의 중심지 역할을 했지만 아쉽게도 1930년대 중반에 이르러 그 번영은 끝나고 말았다. 기업들이 삿포로로 옮겨 갔기 때문이다. 

오늘날 오타루는 관광 도시로 변했으나, 한때는 화물을 실었던 화물선과 지금은 대부분 술집과 레스토랑으로 변한 창고, 그리고 예전에는 붐볐으나 지금은 평온하게 흐르는 운하에 옛 흔적이 남아 있을 뿐이다. 

오타루의 역사는 일본 전체의 역사보다 더 젊기도 하고 또한 동시에 오래되기도 했다. 왜냐하면 오타루는 수천 년 전에 번영했던 조몬시대 거주지 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운하 반대편에 위치한 오타루 박물관에 가면 그 당시의 유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더 좋은 것은 오타루의 서부 외곽에 위치한 오쇼로에 들러서 신기한 오쇼로 스톤서클(석환)을 보는 것이다.

북에서 남으로 33미터, 동에서 서로는 22미터나 되는 볼품없이 둥글게 그냥 배치된 돌들은 일본 전역에서 발굴된 최초의 그리고 현재로선 최대의 인공 유적이다.

홋카이도 최대의 온천지 노보리베쓰

두 번째는 홋카이도 최대의 온천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뜨거운 미네랄 워터가 나오는 노보리베쓰이다. 이곳은 독특한 역사가 있다. 요코하마나 나가사키와 함께 강제적으로 외국 상인에 개항된 최초의 항구 중의 하나다. 이 시에는 이후 세계주의적 분위기가 배어 있다. 구 영국 영사관, 중국 메모리얼 홀, 할리스토스(Halistos) 그리스 정교회 예배당, 그리고 캔디와 버터로 유명한 트라피스트(Trappist) 수도원 등이 그것이다.

하코다테 산은 높이가 335미터밖에 되지 않지만 그 정상에 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감시소에서 밤에 불이 켜진 하코다테 시의 멋진 야경을 볼 수 있다. 일요일을 제외한 오전 5시부터 정오까지 매일 열리는 유명한 하코다테 아침시장을 꼭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삿포로부에서 동북방향으로 기차로 80분 정도 가면 홋카이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아사히카와에 도착한다. 여기는 홋카이도 섬의 산악 지역의 중심이다. 아사히카와는 여행객이 주로 가까운 다이세쓰산 국립공원을 가기 위한 교두보로 관심을 끄는 곳이다. 해발 2,290 미터인 이 국립공원은 그 규모가 일본에서 가장 크며 "홋카이도의 지붕"이다. 스키를 탈 수 있는 기간도 6월까지 계속된다. 

이 지역의 지붕을 이루고 있는 아사히다케는 원추형 화산으로 맑은 날이라면 등산하기에 좋다. 그 산의 언저리에는 작은 고산식물의 꽃이 핀다. 위로 올라가면 어디서나 볼 수 있던 풍경에서 거품이 나는 유황의 웅덩이와 풀이 없는 돌덩어리등의 신비스런 모습으로 바뀌게 되며 썩은 달걀 냄새 같은 유황 냄새가 난다. 정상은 종종 안개로 가득하기도 한다. 

다이세쓰산을 남쪽으로 내려가면 홋카이도 낙농업의 중심인 드넓은 도카치평야에 이르게 된다. 이것보다 더 일본적이지 않은 풍경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소 무리가 65 헥타르 이상 되는 광활한 농장에서 풀을 뜯어먹는 광경은 일본열도의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일본 최대의 습지가 있는 구시로

도카치의 동쪽 끝 구시로에는 어항이 있다. 구시로 습지 국립공원은 구시로 강을 따라 평야의 북쪽에 뻗어 있다. 구시로 강은 철새의 천국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일본 빨간머리학’의 겨울 서식지이기도 하다. 긴 다리와 뾰족한 부리 그리고 주홍머리 깃털을 하고 검고 하얀색의 몸,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다. 40년 전에는 멸종의 위기에 있었다. 

구시로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가면 아칸, 굿샤로, 마슈 세개의 호수로 유명한 아칸 국립공원에 이른다. 굿샤로와 마슈 호수의 사이에서 유황산이 연기를 내뿜고 있다. 이것은 아직도 활동을 하는 활화산이다. 실제로 공원 전체가 과거와 현재를 통해 하나의 활화산의 큰 가마솥과 같다. 아칸 호수는 지금은 잠잠한 오아칸 산의 과거의 분출에 의해 형성되었다. 마슈 호의 가운데에는 거의 호수속에 잠긴 가무이시라고 불리는 화산의 꼭대기를 볼 수 있다. 

마슈 호는 세계에서 가장 투명한 호수중의 하나다. 화창한 날에는 거의 40 미터 깊이의 물속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운이 좋지 않으면 전망대에서는 소용돌이치는 안개 밖에 보지 못한다. 

아칸에서 시레토코반도를 향해 북동쪽으로 간다. 아이누 족 언어에서 "시레토코"는 땅의 끝이란 의미인데, 딱 들어맞는다는 느낌이다. 반도의 내부로 통하는 길은 없다. 해안에 나있는 길에서 내부로 가려는 여행객은 이 숲에는 곰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