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악 및 영화 전문 기자로서 가정용 오디오와 비디오 기기를 대략 5~6년 주기로 업그레이드 교체한다.

사진 기자들이 최신형 최고급 카메라를 제일 먼저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 인데, 오디오는 워낙 가격대가 천차만별이어서 통장 잔고를 살펴 가면서 형편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업그레이드를 하지만, 비디오는 그에 비하면 최고급 사양이라 해도 그리 출혈이 심하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대개 비디오 업그레이드의 경우, 제일 먼저 TV, 그 다음이 소스 기기 그리고 연결 단자의 순으로 진행이 되는데, 일단은 UHD TV와 UHD 셋톱 박스를 장만했고, 그 다음으로는 4K UHD 블루레이 플레이어 그리고 대부분 신경들을 쓰지 않지만, 전문가로서 내가 매우 중요시 하는 부분이 연결 HDMI 단자와 인터넷 연결 이더넷 단자이다.

이는 마치 아무리 최고급 와인도 리델 글라스가 빠지면 어딘가 허전한 것과 마찬가지인데 (비유가 적절한 지는 모르겠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혹은 번들로 제공되는 보급형 HDMI 단자 및 이더넷 단자와 고급형을 비교 테스트 했을 때, 그 차이를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문제는 그 차이 때문에 가격이 50~100배로 뛰면서 대략 HDMI 단자 한개에 50~100만원 정도 한다는 것이 문제이고, 이더넷 포함 단자 4개 정도를 구입하면 200~4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니까, 배보다 배꼽이 큰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SONY의 4K BDP가 20만원대이다.) 하지만 오디오 매니아들은 가정용 전원 관리 기기 및 전원 코드에 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니까, 그에 비하면 비디오 쪽은 그래도 양반이기는 하다.

그나저나 이렇게 긴 잡썰을 푼 이유는, 고급형 4K 비디오 시스템을 마련한 후에, '툼 레이더' 4K 블루레이를 시청하는 순간, 너무 놀라서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우~와!!! 죽인다!!"

그 다음으로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티아라, 카라, 소녀시대, 에이핑크 등등 걸그룹들의 일본 공연 블루레이 디스크를 BDP 트레이에 집어 넣어 보았다. 역시 '우와!! 죽인다!!' 소리가 나도 모르게 터져 나왔다. 그 동안 수십번 이상을 감상했던 기존 BD들도 업스케일링 되면서 UHD급으로 재탄생 하는 순간, 이제 위디스크 다운이나 유튜브로는 도저히 볼 수가 없게 되어버린 내 눈이 원망스러웠다. 

곧바로 용산 전자상가로 뛰어 나가 이미 다운으로는 수십번 이상 감상했던 U2부터 노라 존스, 폴 아웃 보이 등등의 블루레이 디스크를 가방에 쓸어 담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 와서는 일본 아마존을 검색 시작.

아무로 나미에, 노기자카 46, 트와이스, AKB48, AOA의 블루레이 타이틀들을 카트에 담고 나니 결제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 잠시의 망설임......'에이 여자친구는 그나마 곧 국산 BD가 나온다니 다행이다'라고 자위하면서 결국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이렇게 음악을 듣는 시대는 적어도 나에게는 끝났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보는 시대가 도래했다.

PS: 근래들어 국내에서도 드디어 케이팝 아이돌들의 공연 블루레이 디스크가 발매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EXO, BTS 등등 보이 그룹들 위주라는 것. 이들의 대기 구매자들인 여학생들 중에 과연 누가 블루레이 디스크 플레이어나 PS4 등의 비디오 게임기와 시청 환경을 보유하고 있을까???

뒤늦게 정신을 차렸는지, 이제서야 트와이스, 여자친구 등의 걸그룹 BD가 발매되기 시작했는데, 파리, 도쿄, 뉴욕. 런던 전세계 어느 곳을 다녀 보아도, 음악이나 영화 블루레이 디스크 진열대에서 소프트를 집어 드는 여성은 거의 본 기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