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웃의 웰메이드 러브 스토리나 2천년대 일본의 멜로 무비를 많이들 보는 이유가 뭘까?

무거운 테마나 감독의 작가 의식 혹은 철학,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하지 않더라도, 영화가 탄생했던 본연의 이유 그대로 일상에 지친 일반 대중에게 잠시나마 감성적 힐링 혹은 카타르시스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핏 쉬워 보이는 이 멜로 영화를 잘 만든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절대 아니다. 작가주의 영화들이 감독의 재능에 크게 의존한다면, 멜로 영화들은 시나리오가 절반이고 나머지는 오랜 시간에 걸쳐 연마한 연출가의 내공이 좌우한다. 사실 배우는 스타급이면 좋고 아니어도 그만이다.

정재은 감독이 나카시마 미호를 캐스팅하여 일본 올 로케로 만들어낸 영화 '나비잠'은 조금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Made In Japan'으로 소비자를 착각하게 만드는 '충무로 표 짝퉁'이다.

영화 초반 나카시마 미호의 입으로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이키루' 이야기가 튁 튀어 나온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노령의 공무원 이야기다. 그러니 '나비잠'의 스토리 전개는 이미 이 한마디로 다 이야기한 셈이다. 남은 것은 How?

그 How? 에서 말썽이 일어난다. 감독 본인이 무엇에 중점을 두었는지 분간이 되지를 않는다. 내 눈에는 그럴듯하게 꾸며놓은 여류 소설가의 서재가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보였다. 50을 바라보는 나카시마 미호는 이제 어떻게 꾸민다 해도 그 옛날 '오겡키데스까'의 그녀가 아니다. 이마의 주름만큼 연기의 내공을 보여주기를 기대했다.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풋내기 청년 김재욱은 연기 지도를 한참 더 받아야 하는 수준의 아마츄어급으로 보이고, 전체적인 분위기와 톤은 후지 컬러 톤이 맞는데, 정작 인화된 사진은 초점도 맞지 않고 이어 붙이려 해도 영화판에서 오래전 사용하던 속어인 '캇토마리'가 들어 맞지를 않는다.

이 따위 영화로 만들어 질 제작진이나 배우들이 아닌데 결과가 이렇다면, 이는 분명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누구와 누군가의 충돌과 갈등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결국은 이를 봉합하지 못하고 그냥 일정과 제작비에 쫓겨 만들었다고 짐작이 된다. 

그러니 이런 영화를 극장가서 돈내고 보라고 권하는 짓은 나는 양심상 절대로 못하겠다. 개봉 후에 비디오로 보기에도 시간 낭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