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레드포드가 1985년부터 개최해 오고 있는 선댄스 영화제는 '쿠엔틴 타렌티노'부터 '코엔 형제' '짐 자무쉬' 등등 수도 없이 많은 신예 감독들을 배출하면서 세계 영화계에 큰 이바지를 해왔다.

너무 유명해지면서 본래 취지였던 인디 무비의 고양과 장려라는 테마가 퇴색하지 않았는가라는 의문도 제기가 되고 있고, 또 '선댄스 스타일'이라는 말이 탄생할 만큼, 특정 유형의 영화를 선호한다는 비판도 존재하지만, 글쎄...아카데미나 깐느도 애호하는 스타일이 존재하듯이, 선댄스는 선댄스 고유의 컬러가 있다. 다름아닌 현대인의 고독을 유머로 승화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오 루시!'는 선댄스 표의 모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고독과 상실감을 감독의 블랙 유머와 출연 배우들의 연기 10단급 내공으로 풀어 나간다.

본래 선댄스에서 단편작으로 수상했던 작품을 장편으로 늘인 것이기 때문에 공간 이동과 캐릭터 설정에서 약간의 어색함도 마주하게 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주인공 루시 역의 '테라지마 시노부'부터 단편을 보고 15분만에 출연을 결정했다는 '조쉬 하트넷', 리허설도 없이 바로 연기에 돌입했다는 '야쿠쇼 코지'까지, 연기 10단들이 모여 내공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극장 개봉 때 놓친 선댄스 러버라면 필견이며, 제목이나 포스터 만을 보고 '일본식 코미디 일 것이다'라는 선입견 때문에 패스한 영화 팬이라면, 하이 퀄리티 무비를 패스한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2018년에 만난 최고의 작품이다. 

[사진제공 (주)엣나인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