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망치 (硝子のハンマー) 

기시 유스케 (貴志祐介)

요즘 본의아니게 달리는 차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때가 있다. 이럴 때마다 운전에 집중한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이 눈으로, 귀로, 머리로 이 생각 저 생각하며 운전을 하고있지 않을까 싶다.

눈에 비춰진 바깥 풍경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이것은 단순히 화면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어떤 이미지의 실루엣이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어서라는 생각이 든다.

호기심을 자극할 새로운 노래보다는 좀 지나간 음악들에 손이 더 많이 간다. 향수라고 하기보다는 눈에 비춰지는 풍경이라 하기에는 조금 더 어떤 것에 익숙한 것이 편한 것이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이 작은 공간 안에서 많은 생각과 다짐, 그리고 추억으로의 여행을 다녀오고는 한다. 잠시 눈으로 한바퀴 둘러보니 이 차 안이라는 것은 외부와는 차단된 완벽한 공간이라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한정적인 공간, 밀실, 여러 단어가 떠오르며 갑자기 재미있는 추억에 잠겼다.

어릴적 보았던 추리소설들은 대부분 어떤 트릭을 풀어가는 것이거나 수수께끼 같은 것을 풀어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당시 무엇인가 감춰져있는 굉장한 비밀을 알게된다는 사실에 푹 빠져 있었다. 어드벤처 또는 단계별로 퀴즈를 풀어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요즘은 이런 느낌이 도통 들지 않는다. 조금 뻔뻔할 만큼 이런 올드한 구성의 작품이 많이 나오지는 않는 것 같아서 그런것 같다. 한편의 드라마같은 작품은 많이 나오지만 '당신이 모르고 있는 문제풀이집' 같은 느낌은 아닌 것이다.

서점에서 표지만을 보고 이미 반가웠다. 밀실! 부연설명 필요없이 이미 표지가 수수께끼를 제기하고 있었다. 

빌딩의 최상층 사장실 , 비밀번호를 모르면 탈 수 없는 엘레베이터, 방탄유리와 감시카메라, 그리고 그 앞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  완벽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이 '유리망치'를 발견하고 얼마나 흥분됐던가. 

표지를 넘기는 순간 세심한 필치로 계속 빠져들게 한다. 올드해 보일수 있는 소재, 그리고 대부분 알고 있는 트릭의 해법들이 다소 걱정스러웠지만 쓸데없는 기우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읽어 내려갈수록 대단하고 치밀한 구성에 다들 놀라게 될 것이다.

역시 누가? 왜?가 아니라 어떻게?가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이 굉장한 트릭 작품은 지금의 내가 아닌 과거부터 추리소설을 좋아한던 나로 이어주는 정말 값진 매개체가 아닐까 한다.

- 문화 컬렉터 박후성 -

 (다방면의 문화컬렉터로 각종 잡지 및 매체에 음반 및 서적 관련 글들을 싣고 있으며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며 활동을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