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도스도 전기 (ロードス島戦記)
미즈노 료 (水野良)

角川書店

어릴 적부터 판타지를 좋아했던 나에게는 절대적인 기준이 있었다. 어떤 것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등의 선입견이라고나 할까. 만화나 게임으로 쉽게 접근하여 상상력을 넓혀 나가는 것이 아마도 일반적이었지 않을까 싶다. 공주와 용 그리고 기사가 나오는 등의 서양식의 판타지물은 동화나 흔히들 말하는 명작 만화를 통해서 접했을 시기였는데, 한 친구의 꼬드김에 넘어가 만나게 된 일본 게임과 조우한 후부터는 새로운 신세계가 열렸다.

판타지풍의 일본식 RPG를 접하고 조금씩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고 있을 무렵 엄청난 작품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로도스도 전기'였다. 세련된 그림체와 더불어 '하이 엘프'나 '음유 시인', '마법사', '성기사' 등의 다양한 직업과 종족, 그리고 마법과 신비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그런 세계관이 당시에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만화책 몇 페이지를 보고 홀딱 반해버려 화보집과 소설을 접하게 되었다. 

지금보아도 흠잡을 구석 없는 설정과 디테일하고 아름다운 세계관과 더불어 낭만적인 이야기는 보고만 있어도 빠져들만하다. 이는 곧 일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 수많은 판타지 작품들이 나오게 된다. 아마도 필자 또래들 중에 판타지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반드시 들어봤을 정도로 알려진 레퍼런스 판타지의 고전이라 할 수 있다.

'반지의 제왕'을 토대로 많은 판타지 물이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 시대에 과연 이 작품은 어떻게 보일까 하고 다시 들여다 보니 역시나 무겁지만 특유의 낭만적인 아름다움과 더불어 사랑, 그리고 영웅의 서사시를 다양하게 그려내고 있어 언제봐도 즐겁기만 하다. 심지어 후에 애니메이션으로 나온 작품의 영향으로 '하이 엘프'하면 무조건적으로 잘빠진 미모의 여성상을 떠올릴 정도로 이미지를 확고히 해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파급력은 굉장했다.

요즘처럼 다양한 판타지 소설과 매체가 범람하던 시대가 아니여서 더욱 그럴지 모르겠지만 언제봐도 빼어난 판타지 소설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도 나의 절대 기준에 들어가는 작품으로는, SF 판타지는 '스타워즈', 중세 판타지 물은 '던젼 앤 드래곤스'와 '반지의 제왕', 그리고 '로도스도 전기'가 유일한 점으로 미루어 보아도 이 작품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 문화 컬렉터 박후성 -

 (다방면의 문화컬렉터로 각종 잡지 및 매체에 음반 및 서적 관련 글들을 싣고 있으며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며 활동을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