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클락 (ミステリークロック)

기시 유스케 (貴志祐介)

KADOKAWA

출장으로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중이었다. 좁은 자리에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도 보고 좁은 화면으로 재생되는 영화나 영상물을 시청하는 노력을 기울여도 도무지 이 제한적인 공간에서의 시간은 멈춰 있는 듯 했다. 갑갑함을 넘어서는 그 무언가가 나를 묶어두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때쯤이면 언제나 간단한 게임이나 무엇인가에 집중하려고는 하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흥미와 집중력, 그리고 끊임없는 상상력이 자극되는 것은 스릴러나 드라마가 아닌 바로 추리물이 아닐까? 특히 그 중에서도 구태연한 설명이나 상황극이 필요없는 수수께끼같은 문제에 직면하는 스타일의 작품이라면 더더욱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기시 유스케의 작품들 중 '미스터리 클락'은 바로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어릴 적 탐정 관련 서적이라고 하여 유년시절 아이들에게 퀴즈처럼 던져주는 게임서적 등이 유행하던 적이 있었는데 이 때의 감성이 깨어날 수 있는 작품이다.

4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번째 '완만한 자살'은 권총 자살에 관한 트릭으로 전형적인 트릭 작품이라 누구나 쉽게 도전해 볼만한 구성이며, 본격적인 트릭의 향연은 '거울나라의 살인', '미스터리 클락', '콜로서스의 갈고리 발톱'으로 이어진다.

CCTV가 가득한 미술관에서의 살인을 다룬 빛의 트릭 '거울나라의 살인', 산 속의 외딴 산장에서 일어나는 밀실 살인, 수많은 시계와 시간이 복잡하게 맞물려가는 복잡한 구성의 '미스터리 클락', 바다 위 고무보트에서 살해당한 트릭을 풀어가는 '콜로서스의 갈고리 발톱' 등을 순차적으로 풀어가다 보면 흥미진진한 수수께끼를 마주할 때마다 생기는 흥분과 엄청난 집중력으로 지금의 모든 것을 잊어 버릴만 하다.

기시 유스케의 밀실 또는 제한적인 장소에서의 트릭 작품은 언제나 새로운 유희를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항상 주목을 받을 필요가 있다.

- 문화 컬렉터 박후성 -

(다방면의 문화컬렉터로 각종 잡지 및 매체에 음반 및 서적 관련 글들을 싣고 있으며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며 활동을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