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엔 기획 연재] 일본 오디오 명가 산책 (2) - 테크다스 / 바쿤 / 오디오 테크니카

기사승인 2019.06.08  13: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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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학 / 오디오 평론가] 요즘 불황이라고 난리다. 오디오쪽은 특히 심하다. 그간 일부 애호가들만을 상대해온 덕분에 대중적인 관심을 잃어버린지 오래되었고, 게다가 차분하게 소파에 앉아 음악을 듣는다는 행위 자체가 잊혀진 유물이 되었다. 물론 이것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음악을 듣는다고 할 때, 콘서트장을 매일 갈 수도 없을뿐더러, 과거의 뛰어난 가수나 지휘자를 들으려면 어쩔 수 없이 오디오를 찾아야 한다. 실제로 아무리 죽었다고 해도, 우리의 오디오 시장은 결코 작지 않다. 전세계 랭킹을 매겨보면 20위권 안에 충분히 든다고 본다. 

이번 2부에서는 지난 주의 아큐페이즈, TAD, 야마하에 이어서 테크다스, 바쿤 그리고 오디오 테크니카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4. 테크다스(TechDas)

아직도 LP를 들어요? 턴테이블에 관한 뉴스를 접한 일반인들은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CD조차도 서서히 잊혀진 존재가 되어, 지금은 스트리밍이다 뭐다 해서 소스쪽에 일대 혁신이 이뤄지고 있는 터. 심지어 휴대폰에 곡을 다운받아 그때 그때 듣는 행위가 보편화된 요즘, 구시대의 유물인 턴테이블이라니?

©2019 TechDAS

그러나 이미 전자업계에서 사라진지 오래된 진공관을 오디오쪽에선 아직도 애지중지 다루고 있는 마당에, 턴테이블을 듣지 말라는 법이 없다. 단, 최첨단 공학이 투입되어, 예전에 들었던 음과는 완연히 다른, 말 그대로 상전벽해의 수준을 들려준다. 그 선봉에 선 메이커가 바로 테크다스다.

동사의 대표작인 에어포스 원이라는 턴테이블은 본체 무게만 79Kg에 이른다.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될 만한 포스를 자랑한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의 이름을 갖다 붙인 이유를 납득하게 하는 만듦새다. 아마도 이 제품을 쓰는 분은 “아날로그의 대통령”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엄청난 모델을 만든 이면에는 나름 사연이 있다. 테크다스의 이름은 “테크니컬+디지털+아날로그+시스템”의 약자다. 상당히 복잡한데, 쉽게 말해 디지털 및 아날로그 소스 양쪽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 회사가 창업한 것은 2010년. 바야흐로 LP가 다시 주목을 받고, 새로운 세대의 관심을 모을 무렵이다. 이른바 “LP 르네쌍스” 시대에 맞춰, 그에 걸맞는 거함을 만들어보겠다는 야심에 설립된 것이다.

그 주최자는 니시카와 에이쇼라는 분으로, 원래는 스텔라라는 오디오 수입상을 경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1989년에 만들어져 지금은 일본을 대표하는 수입원이 되었다. 한데 에이쇼씨의 배경을 찾아보면 대학 때 기계 공학을 전공했고, 스탁스를 비롯한 여러 회사에서 기술자로 일한 이력이 있다. 특히, 마이크로 세키에서 전설적인 SX8000II라는 턴테이블의 개발에 참여한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 제품의 특징이라고 하면, 무거운 플래터를 공기로 풀로팅시켜 회전시키는 데에 있다. 이른바 공중부양인 것이다. 이 경우 마찰에 의한 간섭이 극도로 적어진다. 마이크로 세키에서 만든 이 기술을 바탕으로 신축성이 거의 없는 신소재의 벨트를 투입하고, 플래터에 LP를 흡착시키는 등, 최근 테크놀로지가 아낌없이 투입해서 테크다스가 탄생한 것이다.

사실 LP를 듣는 인구는 그리 많지 않으며, 이렇게 거창한 시스템을 찾는 분은 더욱 드물다. 그러나 그런 지독한 애호가들의 까다로운 요구에 부응해서, 최첨단 기술을 아낌없이 투입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테크다스의 모습은, 그 자체로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5. 바쿤(Bakoon)

지금부터 한 30년전, 출장을 위해 페리를 타고 호수를 건너던 중, 나가이 아키라상은 뭔가 뒷통수를 치는 듯한 강력한 깨달음을 느꼈다. 당시 한참 몰두하던 앰프 설계에서 여태껏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뭔가를 깨우친 것이다. 그래서 일본어로 “깨달음”에 관련된 말을 응용해서 사트리 회로라 칭하고, 바쿤이라는 메이커를 창립하기에 이른다.

http://bakoon-products.com

창업 초엔 일본에서조차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한국의 열혈 오디오파일의 안테나에 포착되어, 서서히 많은 유저들을 거느리게 되었다. 지금은 “바쿤당”이 존재할 정도로, 큰 지지를 얻고 있다. 일본보다 오히려 한국에서 더 인기를 끌고 있는 셈이다.

그럼 대체 그 사트리, 그 깨달음은 무엇인가? 사실 제대로 된 음을 듣고자 한다면, 앰프의 설계나 제작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전기적인 트러블도 없어야 하고, 진동에도 강해야 하며, 발열 처리도 해야 한다. 신호 경로를 짧게 추구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보호 회로에도 신경써야 한다. 그러므로 이것저것 집어넣다보면, 도저히 혼자서 들을 수 없는 사이즈와 무게의 앰프가 나오기 십상이다.

그런데 아키라상이 보기에, 이런 전통적인 앰프 설계 방식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바로 전압 증폭이라는 부분이다. 당연히 왜곡이나 노이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이런저런 고안을 하다 보니 크고 무거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전류 증폭으로 바꾸면, 음성 신호의 전달과 증폭 과정에서 상당히 왜곡을 줄일 수 있고, 전기적인 간섭도 덜 받게 된다. 단, 대출력을 구사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작은 출력이라도 스피커 구동력이 뛰어나므로 한번 해볼 만하다고 본 것이다.

이런 전략은 보기 좋게 맞아 떨어졌다. 그야말로 주먹만한 사이즈의 앰프, 출력이라고 해봐야 12W나 15W 내외. 그러나 큰 스피커도 펑펑 울린다. 무슨 마술을 부리는 것같다. 또 음 자체도 신선하고 또 음악성이 깊어서 호주머니 사정이 얄팍한 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기에 이른 것이다.

최근에 바쿤은 30년에 이르는 내공을 더욱 발휘해서 대출력 앰프에도 도전하고 있다. 5570이 그 주인공으로, 8오옴에 무려 100W를 낸다. 이것을 모노로 전환하면 300W가 된다. 본격적인 대형 스피커를 울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래도 통상적인 거함급 앰프에 비하면 가격이 착한 편이라, 이 역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아키라상은 쿠마모토에 살고 있다. 그래서 “쿠마모토의 아인슈타인”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앰프뿐 아니라, 스피커, DAC, 악기용 앰프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그밖에 드론이나 여러 취미도 프로급이다. 인생을 적극적으로 즐기고, 음악을 깊이 이해하며 조금씩 신도들을 늘려가는 요즘이다.

6. 오디오 테크니카(Audio Technica)

오디오 테크니카 하면, 해드폰 업체로 생각할 분들이 꽤 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해드폰이 유행처럼 번져서, 그에 따라 다양한 메이커가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그중에 가격도 합리적이고, 내구성도 뛰어나며, 음질도 별로 불만이 없는 동사의 제품들은 당연히 큰 사랑을 받았다.

© 2019 Audio-Technica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이 회사는 기본적으로 카트리지 생산을 기반으로 한다. 카트리지? 쉽게 말해, 턴테이블에 장착하는 바늘이다. 이것을 음반 위에 올려놔야 음이 나온다. 바로 음의 입구인 것이다. 이런 입구를 다루면서, 해드폰이라는, 음의 출구에 해당하는 제품도 만든다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동사가 설립된 시기는 1962년. 마츠시타 시게오라는 분이 창업했는데, 당시는 LP만 유통되고 있을 터라, 카트리지는 필수 아이템이었다. 단, 보급형으로 제작할 수 있는 MM형의 경우, 유럽의 슈어와 엘락이 특허를 독점한 상태. 그러므로 독자 기술을 모색한 끝에 VM형 카트리지를 개발, 이 특허에 저촉되지 않고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70년대에 들어와 홈 오디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LP 판매량이 늘면서, 동사의 공장도 풀 가동되기에 이른다. 최전성기 시절엔 매달 100만개씩 생산했다고 하니, 지금에서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 여세를 몰아 74년에는 해드폰, 78년에는 마이크로폰을 각각 만들기에 이른다.

하지만 80년대에 들어와 CD가 나오고, 아날로그 붐이 퇴조하면서 회사도 위기에 처한다. 결국 1992년 2대 회장에 오른 마츠시타 가즈오씨의 과감한 선택과 집중 정책에 의해 상당수의 품목을 정리해서 핵심 사업만 유지할 수 있게 구조조정했다. 그 덕분에 현재까지 카트리지와 해드폰 메이커로 확고한 포지션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흔히 카트리지를 “마이크로 세계의 신기(神機)”라고 부른다. 만들기가 까다롭고, 고도의 기술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확립하기란 쉽지 않다. 이 점에서 동사의 아이덴티티는 특별한 데가 있다.

참고로 동사는 기업 메세나라던가 원조 활동을 많이 한다. 창업자가 애지중지 모아 온 130여 대의 축음기를 그의 고향인 후쿠이 현에 기증해서 박물관을 조성한다거나, 그 지역의 콘서트나 각종 이벤트를 후원하고 장학회를 지원하는 등, 사회에 공헌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확실한 아이템을 갖고 매진하면서 동시에 사회적인 후원도 아끼지 않는 모습은 여러모로 귀감이 된다.

- 이종학 평론가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ohnlove

이상무 기자 lsmbowi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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