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카의 장갑 (ミ・ト・ン)

오가와 이토 (小川 糸)

白泉社

많은 곳으로 여행을 하고있다. 지금 있는 곳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것도 아니고 방랑벽이 있어서 그런것도 아니다.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을 눈과 마음으로 이루어진 추억이라는 상자에 자꾸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앞서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늘 이렇게 많은 추억과 경험을 마음의 상자에 담아두고는 했는데 요즘은 그것들이 삐죽 삐죽 새어나오는지 이것들을 열어보지 않고도 그 빛바랜 장면의 아주 작은 조각과 향기만으로도 매일매일 어떤 곳으로 내가 보내어지는 것만 같았다.

어릴 적 만나보았던 많은 책들이 떠올랐다. 각자의 개성 넘치는 내용들이 담겨있던 편이었는데 요즘은 문득문득 그때 느꼈던 동화책만의 따스함이 느껴지지가 않았다.

동화같은 이야기라서 일까, '마리카의 장갑'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나를 가득 채워주었다. 읽어내려가는 내내 파스텔톤 같은 느낌의 따스함과 체온이 느껴지는 동화 덕분에, 오랫만에 자극에서 오는 것이 아닌, 눈시울이 붉어질만큼 흠뻑 빠졌던것이다.

루프마이제 공화국이라는 곳에서 자라난 마리카. 수공예 조기교육이 있을만큼 무엇인가 정성껏 만들고 이어져가는 것이 중요한 문화인 이곳에서 할머니에게서 엄지장갑을 뜨는 것을 배워나간다.

사랑에 빠지고 누군가에게 무엇인가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에 건넨 것이 엄지장갑이며, 결혼생활 이후로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집착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을 나누기 위해 장갑을 뜨고, 누군가를 기다릴 때도 마음과 염원을 담아 장갑을 뜬다.   

장갑은 털실로 단순하게 뜨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온기를 전하기 위한 매개체인 것이다.

엄지장갑에서 엄지장갑으로 이어지고, 또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삶의 방식에서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값진 이야기이다.

- 문화 컬렉터 박후성 - 

(다방면의 문화컬렉터로 각종 잡지 및 매체에 음반 및 서적 관련 글들을 싣고 있으며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며 활동을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