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대전 진주만 공습 이후 미국 내 일본인 수용소 (Detention Camp)를 소재로 다루었던 영상물로는 1990년 알란 파커 감독의 영화 '폭풍의 나날 (Come See The Paradise)'이 내 기억에는 첫 작품이었고, 올해 초 TV 도쿄에서 2부작으로 방영되었던 '두 개의 조국 (二つの祖国)'은 일본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동일 소재의 드라마였다.

'조국'이라는 이름과 '반일'이라는 구호가 모든 미디어를 도배하고 있는 작금의 한국에서, 마침 추석 명절을 맞이하여 귀국한 재미 교포 동생 가족들을 보니 문득 이 두 작품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두 작품 각각 영국 감독과 일본 연출가라는 차이 만큼이나 동일 소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수 밖에 없기는 하지만, 공통적으로는 전쟁이나 국가적 재앙이 닥쳤을 때, 다소 억울한 상황에 마주쳤다 하더라도 이를 감내하고 책임져야 하는 것은 결국 개인의 몫이라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폭풍의 나날'은 그나마 일본인 부인과 미국인 남편 데니스 퀘이드가 재회하면서 해피 엔딩이 되지만, '두 개의 조국'에서 오구리 슌은 사랑하던 여인은 히로시마 원폭으로 잃고 본인 역시 '나는 미국인인가 일본인인가?'라는 질문 앞에 'Yes'도 'No'도 선택할 수 없어 자살로 결론을 내리게 된다.

독재와 부패로 상징되는 보수 우파에 환멸을 느끼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진보 좌파를 선택했던 한국. 그리고 '조국'이라는 변수 앞에 다시 두동강이 난 한국.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던 헤게모니를 거머쥔 자들은 절대로 책임을 지지 않으며, 결국 결과를 감내해야 하는 것은 또다시 민초들의 몫이 될 것이다. 정말이지 '두 개의 조국'에서의 '오구리 슌' 처럼, Yes도 No도 선택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