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의 시사회가 열린 것은 정말 오랜 만이다. '죽창가'가 울려 퍼진 이후로는 한국 땅에서 일본 영화 신작이 멸종 상태였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 불과 몇달이지만 꽤나 긴 시간으로 다가온다. 여하튼 심은경과 마츠자카 토리가 출연하는 '신문기자'의 시사회를 보기 위해 용산 CGV로 갔다.

영화를 보면서 몇가지 놀란 점들도 있고, 또 몇가지 아쉬운 점들도 있었지만, 나에게 가장 큰 위안거리는 '나의 뮤즈'인 '혼다 츠바사'가 비록 단역이고 별 비중도 없지만 졸음이 올만하면 한번씩 나타나 눈이 즐거웠다는 것. (별 미X...)

놀란 점부터 말하자면 일본 여기자로 등장하는 심은경이다. 심은경이 연기 잘한다는 것이야 새삼 논할 이유가 없지만, 고등학교 시절 몇년 미국에서 공부를 한 것 치고는 영어 발음이 네이티브에 가까웠고, 일어 전달력도 크게 흠잡을 곳이 없었다. 언어 재능을 타고난 듯.

아베 정권의 아픈 곳을 찌르는 영화이다 보니 모든 일본 여배우들이 출연을 사양하는 바람에 일종의 대타로 뛰게된 심은경이지만, 감독으로서는 덕분에 좋은 배우를 건진 셈이다. 뭐 사실상 21세기 민주주의의 탈을 쓴 봉건 국가인 일본에서 이 작품을 만든 제작자나 감독도 흥행을 기대했을 리는 만무하고, 왕년에는 이케멘 (꽃미남)이었지만 이제는 개성파 배우로 변모한 마츠자카 토리와 심은경의 연기 호흡은 수준급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워낙 두드러져서, 사실 영화를 보는 내내 거의 반은 졸았다. 이유를 설명하는 것 보다는, 영국 드라마 '보디 가드'나 'In The Line Of Duty'를 한번 보라고 권하고 싶다.

오늘날 어느 국가나 권력이던, '가짜 뉴스'의 최대 생산자는 바로 국가이다. 사회주의나 공산 주의 국가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 미국이나 일본부터 한국까지 예외가 아니다. '가짜뉴스'란 정보를 가장 많이 가진 집단 만이 대량 생산과 유통이 가능하며, 어떤 개인이나 언론사도 특정 분야를 제외하고는 국가를 능가하는 정보력을 가질 수가 없다. 어떻게 단정하냐고? 음...알아서들 판단하시라. 실제 오늘날의 정보 취득 관련 테크놀로지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이미 뛰어 넘었다. 기술과 정보, 자금력과 무력을 모두 가진 집단은 국가 혹은 권력 밖에 없다.

여하튼 영화로 돌아가서, 매우 좋은 소재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에 연출도 크게 흠잠을 곳이 없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신문기자'가 살짝 졸린 이유는, 거의 현재 진행형 실화이다 보니, 한쪽 만을 중심으로 스토리 텔링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사실 두뇌 싸움 혹은 헤드 게임의 진원지는 악당 쪽이어야 하는데, 현존하는 아베 정권이라는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하다보니, 여러가지 제약 때문에 치밀함이 상당히 결여되어 있다.

여하튼 '일본에서 이 정도면 용감했다'라는 칭찬은 아끼고 싶지 않다. 그러나 고담 시티 같아 보이는 '아베 정권의 일본'도, 한국인이 한국에 앉아서 판단할 수준의 나라는 아닌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