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후반을 넘어서도 메인 스트림 작품의 단독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배우들은 헐리우드 조차도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천하의 로버트 드니로나 알 파치노도 젊은 핫 스타와 같은 비중으로 나올 수는 있어도, 왕년처럼 단독 주연으로 극을 끌어 나갈 수는 없다. (어느 제작자가 돈을 끌어 오겠는가?)

예외라면 클린트 이스트우드, 메릴 스트립 그리고 저예산 작품에서는 우디 알렌 정도인데, 여하튼 일본에서는 이것이 가능한 배우가 77세의 대배우인 키타오오지 킨야이다.

우리에게는 그의 이름보다는 '한자와 나오키'의 은행장님으로 더 잘알려진 이 노배우를 단독 주연으로 2019년 초에 '기억수사'라는 형사물이 TV 도쿄에서 방송된다고 했을 때, 솔직히 전혀 관심이 가지를 않았다. 옆에 젊고 이쁜 여배우가 눈요기 거리로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실제 나이 77세인 키타오오지가 액션 씬을 소화할  수가 없으니 고육지책 휠체어에 앉아서 기억력을 동원하여 수사를 한다는 설정. 이게 흥미를 당긴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게 전혀 관심이 가지 않았던 이 '기억수사' 시리즈가 불과 1년 만에 스페셜이 방영되더니 '한자와 나오키 2'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지난 10월부터 시즌2가 시작되었다. 나 역시 바로 그 '한자와 나오키'의 여운 때문에 은행장 할아버지를 더 보고 싶어 그냥 별 기대하지 않고 시청하게 된 시즌2의 제1화.

그리고 제6화의 방영을 앞둔 지금 현재, 가장 다음주가 기다려지는 드라마가 요즘은 바로 이 '기억수사2' 시리즈이다. 미드 'CSI' 시리즈처럼 일정한 규격과 틀을 갖추고 (다소 촌스럽게), 일정한 형식에 따라 수사물이 진행되는데, 형식은 다소 구닥다리이지만, 정작 그 내용과 재미 그리고 무엇보다도 키타오오지 킨야의 중후감과 연기의 깊이, 치밀한 구성은 일본 드라마의 거의 유일한 강점 장르인 추리 수사물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역시 무려 시즌19에 돌입한 또다른 수사물 '파트너'와 함께, 적어도 형사 추리물에서는 노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서도 (물론 파트너의 미즈타니 유타카는 68세로서 키타오오지에 비하면 젊은 오빠이기는 하다) 드라마 완성도는 물론이고 시청률에서도 큰 지장이 없다는 점이 정말 부럽기만 하다. 구성이 튼실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작년의 나처럼, 얼핏 할아버지가 주연인 촌스러워 보이는 수사물이라서 패스한 일드 팬이 있다면, 안심하고 시청하라고 권하고 싶다. '파트너' 시리즈처럼 코믹 에어를 많이 삽입하지 않고서도 거의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결코 만만치 않은 형사물이 전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