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영화사에서 프로듀서로 근무하던 시절, 조민기가 쿠바에서 촬영해 온 사진들을 묶어 포토집을 발매한 적이 있다. 영화 '해부학 교실'을 통해서 안면을 익혔던 사이였고, 사진들이 너무 마음에 들어 발간 기념 사인회를 찾아가 인사를 나눈 뒤로는, 마주치면 인사하고 커피 한잔 나누는 사이 정도로 지내왔다.

사진제공 = 공동취재단

개인적으로는 조민기의 흐트러진 모습을 본 적이 없었고, 안경에 뚱보에 숏다리인 나로서는 시원한 이목구비에 키도 크고 잘생기고 노래도 잘하는 그가 참 속으로 부럽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영화와 연기 및 예술에 관하여 지적인 대화가 가능했던 몇 안되는 배우였기 때문에, 조민기에 대한 나의 개인적 이미지는 한마디로 '상큼'했다. 그리고 그런 클린 이미지에 비례하여 그의 추한 뒷모습이 알려졌을 때 너무나도 상실감이 크고 안타까웠다.

그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빈소를 찾기 위하여 한동안 안입던 정장과 넥타이를 꺼내려다가, 일순간 멈추고 말았다. 남보기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지금은 내가 현직 연예부 기자이기 때문에 취재로 오해를 받기 쉬워서였다. 

그리고 유아인과 정일우가 SNS에 조민기 애도를 암시하였다가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는다는 뉴스를 접했다. 지금 #미투가 피크에 올라 있는 상황에서 유아인과 정일우가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저능아(?)라서 그런 암시를 했을까? 

그리고 이런 분위기에서 조문을 나서려 했었고, 지금 이런 글을 쓰는 나는 역#미투를 조장하려는 시대 역행 꼴통(?) 기자인가?

지성이란, 동일 시각 동일 사건을 마주했을 때, 상반되는 감정과 이성을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타래는 원래 모습을 유지한 채로 겉보기에는 하나로 묶어 내는 과정의 산물이다.

고등학교 시절, 아침에 학교에 등교하니 박정희 전대통령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며 학교 전체 분위기가 상갓집이었다. 그런데 몇몇 학생들은 "개XX 잘 죽었다"고 기뻐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70년대 군사 독재 정권의 살벌한 시대에도 이런 상반되는 감정과 이성이 고등학교 교실에서도 공존했는데, 하물며 지금이 몇년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