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워질 여름을 맞이해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소극적으로 집안 정리를 감행하던 중 발견된 타이틀들이다.

파이날 판타지를 줄여서 '파판'이라 불리우는 이 놀라울 만한 JRPG의 매력은 전에도 언급을 한번 하였듯 초등학생이었던 당시로서는 정말 충격적이었었다.

친구 녀석의 꼬임에 빠져 닌텐도의 패밀리라고 불리우는 무서운 기기로 발매된 시리즈의 3편, 기본적인 메뉴와 진행을 위해 혼자서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어머님의 '매의 눈' 을 피하기 위하여 동물적인 감각으로 전원버튼을 부여잡은 채로 밤을 새워가며 했던 그 게임. 바로 파이날 판타지였다.

스토리 설정상 잡을 수 없는 보스 몬스터를 진행이 막힌줄 알고 일주일 가까이 레벨 노가다를 통하여 잡기도 하였고, 배터리 불량인 팩을 잘못 구해서 세이브 데이타가 날아가기도 하는 등등 많은 추억이 있는 타이틀이다.

이 파이날 판타지 3편으로 시작하여 나에게 가장 큰 충격과 기쁨을 주었던 5편과 더불어 잊을 수 없는 감흥을 주었던 6편이 있었는데, 이 시리즈 6편에는 정말 개인적으로 많은 추억의 장면들이 오버랩 되고는 한다.

1994년 당시 11,400엔이라는 엄청난 가격과 함께 한눈에 그냥봐도 멋스러워 보이는 '아마노 요시타카'의 일러스트가 떡하니 박혀있는 저 인상적인 재킷은 어린 나에게 충격 그 이상이었다. 이미 5편에 홀딱 빠져있던 터이라 당시 엄청난 프리미엄 가격이 붙어있는 보따리 가격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우선 소장해야했던 타이틀이었다. 어머님의 격파술로 인해 잠시 게임기가 부재했던 상황이었는데, 당시 꽤 괜찮았던 파이어 엠블렘과 드래곤퀘스트 타이틀을 주고도 8만원이라는 말도 안되는 고가의 돈을 얹어 일단 교환하여 끌어안고만 있었다.

거기에다 종이로 되어있는 팩케이스에 손상이 갈까봐 아스테이지로 각 팩을 포장하여 한 달이상 보관만하다가 플레이했을 만큼 이미 지나치게 빠져있었다.

당시 게임의 내용 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티나'라는 메인 히로인의 테마 곡을 들었을 때의 임팩트였다. 이것은 당시 모 게임 잡지사에서 서비스 해주는 700-OOOO! 즉 ARS를 통해 몇 가지의 게임 BGM 및 OST 공략등을 들을 수 있는 서비스가 있었는데, 게임 발매전 이 곡을 수화기 넘어로 한번 듣고서 인생의 BGM이 되어 버렸다. 더군다나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목관 악기였던 플루트의 이미지를 말 그대로 판타지로 심어주었던 바로 그 곡이었다.

게임 타이틀도 몇 장, 음반도 몇 장 있었지만 쳐박아두고 잘 꺼내보지 않았었는데 선풍기 바람 맞아가며 노트북 옆에 올려두고 한번씩 만지작거리니 정말 감회가 새롭다. 간만에 돌려볼까? 하는 마음으로 콘솔 기계를 쳐다보다가 역시 오리지널 손맛이.. 하며 '슈퍼패미콤'을 찾으려 다시 집안을 탐험중이다. 

세상이 아무리 급변하고 최첨단 하이테크가 넘쳐나도 세상을 구하러 떠나는 다소 정신나가고 유치한 플롯의 스토리의 향수 시너지는 정말 소중하다.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이지만 24년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풋내기 검사' 라는 사실이 즐겁기만 하다.

- 음반 콜렉터 박후성 -
 
 (다방면의 문화컬렉터로 각종 잡지 및 매체에 음반관련 글들을 싣고 있으며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며 활동을 넓혀가고 있습니다.)